인간에게 그들이 찾아온 것은 지구가 에너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수많은 전쟁과 분쟁을 끝내고
새롭게 도약할 계기를 찾은 직후였다. 그들은 차원의 문을 열고 지구 가까이로 도약해 왔다.
그것을 맨 처음 발견한 것은 유명한 천문학자나 과학자, 우주비행사가 아니었다. 그건
동유럽, 그리고 많은 아시아의 아이들, 그리고 하늘을 바라본 이들이었다. 그들은 달과 꼭 닮은 거대한
무언가가 밤하늘에 솟아나는 것을 보았다.

탐사대가 조직되고, 수많은 이들이 그 신비를 밝히겠다고 나섰지만, 그것은 지구에 아무런
물리적 영향을 끼치지 않았다. 밀물과 썰물조차 바뀌지 않았다. 수치에서 계산된 그것의 질량은 약 0t
이었다. 그 거대한 구조체의 질량이 0에 가깝다는 사실은 매우 놀라운 일이었다.
일부 과학자들은 그것이 허상이 아닌가 하는 의문을 품었고, 그것은 환상의 달이라는 이름으로 불려졌다.
탐사선이 먼저 쏘아지기로 했다. 그 즈음. 환상의 달은 눈을 떴다.

지구의 모든 방송채널을 통해 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지구의 인간 여러분, 여러분은 오랜 시간을 지나 드디어 '입학'의 자격을 얻었습니다. 나는 이 곳에
여러분들을 더 나은 단계로 이끌어 가기 위해 왔습니다."

그것은 모든 언어, 그리고 통합된 언어로 되풀이 되어 들려왔다.

그리고 그들이 내려왔다.
그들의 형상은 기묘했지만 인간의 것과 닮은 팔다리와 몸통, 머리의 구조를 하고 있었다.
실제의 그들의 모습이 어떠했든 그것이 그들이 보여준 모습이었다.
질량이 존재하는 어떤 거대한 구조체의 질량을 0로 만들 수 있는 이들이라면, 모습을 숨기는 정도는
너무나 쉬운 일일 것이었다.

그들은 인간들에게 평화를 가르쳤고, 힘을 다루는 법을 가르쳤다.
과학자들과 철학자들, 그리고 답을 구하는 많은 이들이 그들에게서 해답을 구하려 했고,
그들은 친절히 답해주었다. 그들은 '선생' 이라 불렸다.

"선생이시어. 공간을 뛰어넘는 도약을 하는 방법은 무엇입니까!"
"선생님! 존재하는 질량을 0로 만드는 방법은 대체 무엇입니까 어떻게 가능한 것입니까?"
그러자 선생은 빙긋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들려준 답은 선하고, 타인을 사랑하는 존재가 더 높은
정신적 수양을 쌓아 자신과 타인의 분별을 버리고 일체화 될 수 있다면, 시간과 공간의 경계는
허물어지고 그 너머에 존재하는 진리를 자연히 깨닫게 될 것이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아무리 해도 정신적 높이가 기술적 한계를 극복하게 해준다는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리고, 어느날 드디어 그들에게서 배운 이들 중 그들의 가르침을 실천한 이가 나타났다.
그는 자신의 몸을 가볍게 하여 하늘로 날아오르고, 공간을 뛰어넘어 도약할 수 있었다.
그의 정신은 고매했고, 그는 선생들의 말을 인간의 언어로 기꺼이 옮겨 주었다.
그는 '우등생' 이라 불리웠다.
"김박사님, 질량을 0로 만드는 것은 싸이코 에너지, 즉 정신적 멘탈 파워가 주축이 되어야 합니다.
그것은 인간이 개발한 모든 물리적 에너지를 뛰어넘는 초차원적 힘이라 할 수 있습니다. 질량이
0이 되면 공간의 도약은 마치 쇠가 자석에 끌리듯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존재와 비존재의
벽을 자유롭게 넘을 수 있다면 그건 칼이 버터를 가르듯 너무나도 손 쉬운 일이 되는 것입니다."
"그.. 그러니까 초능력 같은 것이란 말인가!"
"아니오. 고매한 정신에서 보면 이 세계는 에너지로 충만해 있습니다. 눈에 보이는 것 뿐만이 아니죠.
원시인에게는 모두 같은 돌이겠지만, 엔지니어의 눈으로 보면 어떤 것은 불에 타는 석탄이오, 어떤것은
핵분열을 일으키는 방사성동위원소입니다. 우리는 지금 고매한 정신의 관점에서 보자면 그것을 구분하지
못하고 돌도끼로 쓰는 것이 고작인 수준이라고 할까요."
"그럼 말해주게. 어떻게 해야 그 단계에 이를 수 있는 것인가!"
'우등생'은 인자한 미소를 지었다. 그 미소는 표정을 넘어 그 진의를 품은 말 그대로 '선생'의 것을 닮은
미소였다.
"사랑하십시오."
'선생'의 강림 이래 인간은 두개의 달을 자연스레 생각하게 되었고, 모든 인간은 교육과 복지를 누릴 수 있었다.
공간을 도약하여 태양계 안의 모든 행성이 한 마을처럼 어우러져 살 수 있었다. 멘탈 파워가 기술로 승화되어
인간은 말 그대로 초월적 문명의 단계를 접하여 모든 고통과 아픔, 분노와 질시는 사라졌다.

아니 그렇다고 믿었다.



어느날, '선생'들은 '이제는 우리가 헤어져야 할 시간' 이라고 외치며 환상의 달을 향해 떠났다.
환상의 달은 나타났을때와 마찬가지로 사라졌다.
그리고 기다렸다는 듯이 인베이더들의 침공이 시작되었다.
인베이더들의 공격은 집요했다. 유인행성들을 초토화시키며, 약탈하고, 죽음의 재를 뿌렸다.
수많은 선한 이들이 희생당했다. 하지만 '선생'들의 가르침을 받아 초월적 힘을 가진 '우등생' 들조차 그들에게 대적하지
못했다. 그들이 한 행동은 자신의 초월적 힘으로 인베이더들의 공격을 방어하는 것이 고작이었다. 끝끝내
'사랑하십시오' 라는 말만을 되풀이하며. 하지만 그들 역시 이 공격을 이해할 수 없는 것은 매한가지였다.

인류는 궤멸 직전까지 몰렸다. 72시간 안에 전 인구의 99%가 사망했고, 거의 모든 자원과 생활 기반은 파괴되었다.

인류는 마지막 존폐의 위기 앞에서도 침착하게 행동했다. 마지막 남은 우등생들이 이 이해할 수 없는 인베이더들의
공격에 대항해 그들 앞으로 나아갔다. 그리고 그들의 수장들이 모인 회담장에 내려섰다.

"이 공격을 중지하라. 인류의 멸망은 우주의 의지에 반하는 일이다."

"하지만...." 파리의 모습을 한 외계성종이 마음의 언어로 화답했다.

"인류의 상태에 더 이상 비가역적 파괴를 행해서는 안된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물고기의 머리를 한 외계성종이 정중하게 대답했다.

"묻는다. 아직 깨치지 못한 이들이여. 왜 우리를 공격했는가. 왜 우리의 행성을 파괴했는가."
이제는 사라졌다고 여긴 분노와 슬픔이 깃든 목소리로 한 '우등생' 이 물었다. 그의 손에는
별이라도 부수어버릴 듯한 거대한 기세가 가득 실려 있었다.
되돌아온 대답에 '우등생' 들은 큰 충격을 받았다.



'우등생'들은 지구로 되돌아와 살아남은 한줌의 인류를 데리고 새롭게 문명을 시작했다.
그리고 더 높은 단계의 멘탈 에너지를 쌓으며 새출발을 했다.

한 어린아이가 '우등생' 에게 다가왔다.

"그들을 만나셨나요."
"그렇다."
"그렇다면 그들을 모두 해치우셨나요."
"아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힘을 모으면 그들에게 복수할 건가요."
"아니다."
"그럼 뭘 해야 하죠?"
"사랑하거라." 우등생의 미소는 슬픔을 가득 담은 것이었다.

부모를 잃은 아이가 이해할 수 없다는 듯 얼굴을 찡그리며 사라져갔다.
'우등생'은 찬찬히 검은 하늘을 우러러 보았다.






"말하라! 왜 우리의 행성을 파괴했는가!"
"그건.. 전통이었습니다. '선배'.."
외계성종의 그 말에는 아무런 혐오나 증오, 분노가 깃들어 있지 않았다.
존재한다면 '졸업'을 이룬 인류에 대한 존경심과 경외심, 그리고 부러움 뿐이었다.
'우등생'의 양 손에 맺혀 있던 거대한 에너지가 허탈함에 물로 씻은 듯 사라져 갔다.

 

 

 


그것은 '졸업빵'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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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원래 비정한 법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