뭔가 있어보이는 문자이지만 별거 아닙니다. 어떤 존재나 실체(?)가 있다고 할 때 그것을 이루는 더 기본적인 단위나 부분이 어떠한 특성이나 성격을 갖고 있다고 칩시다. 그렇다면 그것이 모여서 이루는 물체나 실체 또한 그것과 비슷하거나 실질적으로 같은 성질을 갖고 있다........라고 볼 수 있다는 것.

말로 하니까 어렵군요. 쉽게 말해서 강철의 분자가 어떠한 특성을 갖고 있다면 강철 분자가 모여서 이루어진 강철 의자도 강철 분자가 갖고 있는 특징을 갖고 있을 것이라는 얘깁니다. 여기까진 매우 당연하게 들리죠. 이것이 가장 유명한 사례로 쓰인 것 중 하나가 도킨스의 저서인 이기적 유전자라는 책일겁니다.

여기에서 나오는 기본 전제는 환원주의에 기초해 있는 듯 합니다. 예를들어 유전자는 이러한 성질을 갖고 있으니 그것을 기본 전제로 삼고, 그것이 이루는 더 큰 실체(인간을 포함한 동물이라던가 식물이라던가 등등)의 행동양식의 '가장 자연스러운 형태'를 찾는 것이라고나 할까요.

대부분의 과학 이론이나 가설은 절대적으로 옳다고 생각되는 기본 논리를 갖고 있습니다. 과학이론의 가장 큰 전제조건 하나가 이거겠죠. 모든 조건이 똑같은 상황에서 모든 조건이 똑같은 일(혹은 작업, 혹은 실험. 완벽하진 않더라도 오차범위 내에서)을 하게 되면 그 결과도 동일하다는 것입니다.

뭐....이 이론도 알쏭달쏭한 양자물리학 세계가 열린 뒤부터는 완벽하다고는 볼 수 없는 것일지도 모르지만 일단 머릿속으로 돌려보면 얼추 눈에 보이는 현상은 그럴듯하다고 생각됩니다. 하지만 환원주의 또한 그렇다고 볼 수 있을까요?

당장 원자와 분자만 하더라도 재료는 갖지만 그걸 어떻게 조합하느냐에 따라서 성질 자체는 달라지지 않습니까.



사족. 
도킨스의 주장의 '자연스러움' 자체는 기존에 알려져있는 전통적 인륜에 완전히 반하는 사례가 꽤 많죠. 그의 저서를 보다가 보면 그런 의도가 자주 느껴지는 거 같습니다. 

그러니까  '내가 보기엔 아무리 생각해도 이거이긴 한데 이게 인륜적으로 옳지 않으니 그것을 극복하는 것에 삶의 의미가 있지 않겠느냐'....주로 이거죠. 
즉. '자연스러운 것은' 이것이긴 하지만 '자연스러움' 자체가 '옳은 것'은 아닐 지도 모른다(?)

'만들어진 신'에서도 유신론이 존재하는 이유가 '자신이 우주의 대의와 모종의 연관이 있다고 생각하고 싶은 욕구' 때문이라고 하지만 그걸 부정합니다. 하지만 결론에 가서는 '인간은 각자가 자신만의 의미를 찾아가야 한다.'는 걸로 끝맺습니다. 제가 보기에는 결국 한바퀴 돌아서 제자리로 돌아온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만.......흠.

어째 말이 막 꼬이는데 여튼간 그도 자신이 벗어나고자 하는 '비감성적 의의'에서 완전하게 벗어나지 못한달까? 뭐 그렇네요.



사족2.
일시적 불가지론자인 제가 보기에는 무신론 또한 일종의 믿음에 기반하고 있는 종교같이 보이기도 합니다.

사족3.
'자연스러운 것'이 '좋은 것'인지에 대해서는 따로 생각해 볼 만한 문제 같습니다. 대체 뭐가 '자연스러운 것'인지에 대해 궁극적으로 어떻게 밝힐것인가에 대한 문제는 뒤로 제쳐 두고서라도 말이죠.

ㅡ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