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8 대한민국 SF 컨벤션에 대해


● 월드콘(Worldcon)이란?

  World Science Fiction Convention, 세계 SF 대회를 SF 팬들은 「월드콘
이라고 부릅니다.
  간단히 말하면 SF 팬들이 모이는 교류의 장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그 규모는 친목회 같은 것과는 비교할 수 없이 거대하지요.

  1939년 미국의 뉴욕에서 시작된 월드콘은 제2차 세계대전으로 잠시 중단하긴 했지만, 1946년 다시 재개된 이래 지금까지 매년 빠지지 않고 개최되고 있습니다.(행사는 목요일 오후부터 월요일 오전까지 5일간. 대개는 미국의 노동자의 날 주말인 8월말부터 9월 초에 개최됩니다.)
  그리하여 작년 여름에 65회의 대회를 개최한, 세계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진 SF 팬들의 행사이지요.

  최근에는 미국에서 개최되는 경우 –유료 참가자만- 하루 5,000명에 이르고, 미국 이외 지역에서 열리는 경우에도 2000~3000명 정도(물론 대개는 미국에서 참가하는 사람들)로서, 5일간에 걸쳐 방문하는 이들을 생각하면 정말로 엄청난 규모에 이르게 됩니다.

  참가자들의 연령층이 매우 넓어서 학생부터 회사를 은퇴한 노인들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이들이 행사를 즐기고 있습니다.

  행사의 주된 내용은, 작가나 과학자, 영화 관계자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패널로 참여하여 진행되는 간담회나 강연, 작품의 세계관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좌담회, 게임이나 모형 등의 제작 강좌, 댄스 강습 같은 워크숍, 영상 작품의 상영회, SF 역사 등에 대한 전시회, 그리고 미술가들의 작품을 전시하고 판매하는 갤러리, 다양한 업체의 상품 전시 판매 행사 등 SF에 관련된 300가지 이상의 기획이 함께 진행되고 이들 모든 행사가 자원 봉사로 참여한 스탭에 의해 운영되고 있습니다.

  행사의 대부분은 팬들을 위한 것이지만, 아이들을 위한 프로그램이나 대중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전시회 등이 준비되고, 여기에 참가자들의 편의를 위한 다양한 시설이 마련되어 연령층에 관계없이 즐길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세계 대회’라곤 하지만, 행사는 대개 미국에서 열립니다. 미국 이외의 지역에서 열리는 경우에도 대개는 캐나다나 영국, 오스트레일리아 등 영어권 국가에서 열리는 경우가 많지요. (독일과 네델란드에서도 각각 1회씩 열렸고, 작년에는 일본의 요코하마에서 일본 SF 대회와 함께 개최되었습니다.)

2007년 컨벤션이 열린 파시피코 요코하마.
[ 2007년 컨벤션이 열린 파시피코 요코하마. ]

  월드콘의 진행은 각각의 개최지에서 위원회가 구성되어 운영되지만, 전체적인 운영은 WSFS(World Science Fiction Society)라는 비영리 단체가 관리를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월드콘의 참가자는 모두 WSFS의 회원이라고 할 수 있지요.
  이들 회원은 행사를 즐기는 것 만이 아니라, WSFS의 비즈니스 미팅에 출석해서 다양한 주제에 대해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습니다. 이를테면 2년 뒤에 열리는 월드콘의 개최지를 정하거나, 휴고상 대상작을 선정하는데 한 표를 행사할 수 있는 것이지요.

  SF 팬들이 모여서 함께 즐기는 장소… 그리하여 성인들이 즐길 수 있는 취미의 장소인 동시에 어린 마음으로 돌아가 노는 장소이고, 오랜 만에 먼 곳의 팬들과 만날 수 있는 장소이기도 합니다.

    2007 일본 월드콘 홈페이지


● 그 밖의 SF 행사

  세계에서 가장 역사가 깊고, 가장 큰 규모로 진행되는 월드콘은 SF 팬들에게 있어 그야말로 천국과 같은 곳이라 할 수 있습니다. SF의 팬들이라면 한번쯤 꿈꾸어보았고, 꼭 찾아가보고 싶은 그런 자리라고 할 수 있겠지요.
  하지만, 대개 미국에서만 열리는 월드콘에 참여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물론 외국에서 참여하는 이들도 늘어나고 있다지만, 아직까진 세계 SF 팬들에게 널리 열린 행사라고는 할 수 없겠지요.

  그렇다면, 미국 이외 나라의 SF 팬들은 함께 모여서 즐길 수 없는 것일까요?

  물론 그렇지 않습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SF 팬들이 모여서 공감대를 형성한다.”라는 것이지, ‘월드콘’이라는 타이틀이 아니니까요.
(축구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월드컵에 나가는 게 꿈이겠지만, 조기 축구에서도 축구의 재미는 느낄 수 있지요.)

2001년 SF 컨벤션의 기억  실례로 미국 만큼(아니 어떤 점에서는 미국 이상으로) SF 문화가 발달한 일본에서는 일본 SF 대회라는 행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1960년에 개최하여 작년에 46회에 이른 이 행사에서는 일본의 휴고상이라 할 수 있는 성운상을 뽑는 등 다양한 행사가 진행됩니다.) 그리고 말레이시아 같은 나라에서도 Sci-Fi&판타지 페스티벌이라는 이름으로 행사를 열었습니다. (2006년에 1회로 그 후에는 소식이 없는 듯 하지만.)

   말레이시아의 Sci-Fi&판타지 페스티벌 홈페이지

  이들 행사는 물론 월드콘에 비해 규모는 작지만, 그들 나름대로 팬들이 모여 다양한 콘텐츠를 갖고 재미있게 즐기고 있습니다. (이를 테면, “에반게리온”의 제작자인 안노 히데아키씨도 자작 영화로 SF 행사에 참여하기도 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어떨까요? 물론, 우리는 이들에 비해 상당히 척박한 상황입니다. SF 문화는 충분하지 않고 팬의 수가 적은 만큼 행사를 열기도 힘들죠.

  하지만, 2001년에 한국 SF 컨벤션이라는 이름의 행사가 열리기도 했고, 2005년부터는 SF 정보/친목 커뮤니티인 Joy SF 클럽(조이 SF 클럽-구 SF War클럽)에서 SF 파티라는 이름의 행사를 꾸준히 열어오고 있기도 합니다.
(2001년에 열린 한국 SF 컨벤션은 매우 다양한 내용이 준비된 좋은 행사였지만, 1회를 끝으로 더 이상 열리지 않았습니다. 2005년 2월에 개최된 SF 파티는 그 후 비정기적으로 행사를 개최하여 작년 8월 11일까지 총 9회의 행사를 열었으며, 올 여름에 10번째 행사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물론, 이들 행사는 월드콘이나 일본 SF 대회에는 미치지 못하는 것이 사실입니다. 이를테면 하루 동안 진행되는 SF 파티의 경우(2001년 한국 SF 컨벤션은 2일간 진행) 무료 입장 임에도 하루 참가자가 200~300명 정도 밖에는 되지 않으며, 작가나 업체들이 거의 참여하지 않은 채 팬들만이 모여 즐기는 자리에 지나지 않으니까요.

  그러나, 규모는 작을지라도 이들은 모두 SF를 좋아하는 이들이 함께 모여 다양한 내용으로 즐긴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갖고 있습니다.

2007년 8월 11일에 열린 SF 파티에서...
[ 2007년 8월 11일에 열린 SF 파티에서... ]

● 2008 대한민국 SF 컨벤션에 대해

  하지만, 기왕이면 좀 더 큰 규모로 즐기는 게 좋지 않을까요? 우리나라에서도 많은 이들이 북적대는 큰 행사를 열 수는 없을까요? 이번에 열리는 2008 대한민국 SF 컨벤션은 바로 그런 목적을 갖고 있습니다.

이곳이 행사장.  이번 행사는 대전 엑스포 옆의 꿈돌이랜드에서 열립니다. 비록 ‘대전’이라는 점에서 다소 취약점을 갖고 있지만, 대중에게 열려 있는 곳이기에-그리고 동시에 사이언스 페스티벌이라는 행사가 함께 진행되는 만큼- 더욱 많은 이들이 쉽게 찾을 수 있다는 이야기가 되겠지요.
  물론, 그것은 한편으로 약점이 될 수도 있습니다. 왜냐하면 SF팬이 아닌 이들이 지나치게 많이 올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한편으로는 SF 팬들이 다른 이들에게 SF에 대해 알리는 자리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그만큼 대중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콘텐츠가 많이 마련되어 있으니까요.
(물론, SF팬들도 충분히 만족할 수 있는 것도 많습니다.

  이번 행사는 SF 팬들 만이 아니라 대중에게 다가서는 행사로서 준비되었습니다. 그런 점에서 어쩌면 “그런 건 SF 행사가 아니야.”라고 생각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대중에게 열려 있다고는 하나, SF 팬들이 함께 모여 공감대를 형성하고 즐기자는 뜻은 그대로 갖고 있습니다. 사실 월드콘 역시 전시장 등은 대중에게 열린 채 무료로 개방되는 것을 생각하면 월드콘의 방향성과도 크게 벗어난다고 할 수 없습니다.
  아니, 한국의 팬들이 모여서 함께 즐긴다는 점에서 이것은 2001년의 한국 컨벤션, 그리고 그 후의 SF 파티의 정신을 그대로 계승하고 있기도 합니다.(그도 그럴 것이 이번 행사를 준비한 이들이 모두 2001년 컨벤션에 참여하고, 그 후엔 SF파티를 개최했던 이들이니까요.)

  이번 2008 대한민국 SF 컨벤션은 SF 팬들을 중심으로 한 행사입니다. 그리고 동시에 누구나 편하게 참여할 수 있는 행사이기도 하지요. (무료 입장)
  그리고 앞으로 꾸준히 행사를 진행하며 보다 크고 충실한 행사를 진행하기 위한 밑받침이기도 합니다.

  2008 대한민국 SF 컨벤션 행사에 찾아와주세요. 여기는 누구나 쉽게 찾아올 수 있는 곳, 모든 이들에게 열려 있는, 그런 곳이니까요.


글 : 전홍식 ( 표도기, Joy SF 클럽 대표 운영자 )